Column & Opi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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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26. 09:51
新 평판의 시대... Into the Neo-Ruputation Era (Internet & Reputation)
한국에서는 각종 리스트들 때문에 시끄럽다면, 미국에서도 또 하나의 리스트 - AIG의 고액 보너스 지급 명단 - 때문에 시끄럽다. 미하원에서는 50억달러 이상의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들에 대해서, 25만달러 이상의 고액 보너스를 받는 경우 최대 보너스의 90%까지 세금으로 되돌려받는 법안이 이미 통과해서, 상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중에 있다. 그리고, 검찰 측에서는 이런 고액 보너스 지급자들에 대한 명단공개를 고려중이라는 소문도 자자하다. 그런 가운데 오늘 재미있는 기사가 하나 실렸다. 최고 고액 보너스를 받은 임원 10명 중 9명이, 그리고 금융사업 부분 임직원 중 보너스를 가장 많이 받은 20명 가운데서 15명이 보너스를 자진해서 반납하기로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였다. (관련기사보기) 이 기사를 보면서 머리 속에서 섬광처럼 스친 생각이 과학과 인터넷의 시대인 21세기가 깊어갈수록 과거 어느 시절보다 더 평판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AIG의 케이스도, 결국은 자신의 이름이 공개될 것이 두려워서 보너스 자진반납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래서 21세기를 신평판의 시대라 부를만하다.
인터넷 공간에서 떠도는 많은 소문들이 결국은 평판이라는 이름으로 귀결될 수가 있다. 우리는 이미 많은 '~녀' 시리즈들을 알고 있다. 개똥녀, 똥습녀, 된장녀 등의 많은 ~녀 시리즈가 인터넷 공간에서 생겨서 가공되고 배포되고 있다. 이런 다양한 ~녀 시리즈에 대한 자세한 스토리를 다룰 필요는 없지만, 결론은 '평판의 시대'로의 진입했다는 것이다.
20/21세기에서 평판의 역할을 재조명해주는 사례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을 들 수가 있다. 그라민 은행은 방글라데시의 대학교수 '무하마드 유누스'에 의해서 영세민들에게 소액대출을 제공해주는 기관이다. 그라민 은행의 주요 대출자들은 영세민들이다. 즉, 그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서 맡길 담보가 전혀 없다라는 점이다. 이런 환경에서 그라민 은행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경우, 그들이 살고 있는 동네/지역 사람들에게 대출을 못 갚는 것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알린다는 점이다. 대출금을 제대로 못 갚는다는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큰 담보 역할을 한 것이다. ~녀 시리즈가 그랬듯이, 그라민 은행의 성공 요인은 사람들이 자신의 평판에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결국, 그라민 은행의 성공은 무하마드 유누스에게 2006년 노벨 평화상이라는 영예를 안겨주었다.)
실생활의 클론 공간으로써 인터넷에서 ~녀 시리즈와 같은 평판이 실제하듯이, 웹생태계에 내재한 평판 Intrinsic Reputation도 존재한다. 웹의 기본 속성으로 민주성이라는 주장은 이미 이전 포스팅에서 말했지만, 그와 함께 웹생태계의 비민주성에 대해서도 이미 다루었다. 웹문서의 랭킹 (노출순위)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 민주적인 방법으로 순위가 정해졌지만, 순위가 정해진 그 시점부터 더이상의 민주성을 기대할 수가 없도록 만드는 메커니즘이다. 웹문서의 랭킹을 결정하는 방법인 페이지랭크 PageRank만을 떼놓고 생각해보면, 모든 웹페이지들이 다른 웹페이지들을 링크를 걸어줌으로써 추천/투표에 참여하는 민주성이 바탕이 되지만, 영향력이 높은 웹페이지의 추천/투표가 더 큰 가중치를 갖는다는 것도 이미 알려져있다. 웹페이지의 영향력이라는 것도, 페이지랭크 초기에는 페이지랭크의 재귀계산을 통해서 얻어졌지만, 랭킹 알고리즘이 진화하면서 페이지랭크에 의한 영향력 산정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던 신뢰도가 높은 사이트에 등록된 글이나 평판좋은 저자/게시자의 글들이 가지는 영향력이 더 크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뉴욕타임스의 어떤 컬럼니스트가 본인이 적고 있는 이글과 똑같은 글을 적어서 뉴욕타임스 컬럼에 실는다면, 본 포스팅이 가지는 의미는 갑자기 몇 갑절 증가할 것이 당연해진다. 뉴욕타임스라는 신뢰도 높은 사이트가 가지는 영향력과, 뉴욕타임스 기자/컬럼니스트라는 신뢰도 높은 저자가 가지는 영향력이 단순한 개인 블로그와 일개 개발자인 본인의 신뢰도 및 영향도보다 크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신뢰도나 영향도를 현재의 포스팅의 프레임에 맞춘다면 '평판'이라고 요약할 수가 있다. 지금 SURS 1편를 적은 이후에, 2편을 준비 중에 있지만, 웹의 다양한 추천시스템들도 평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다음 블로거뉴스 (다음뷰)의 오픈에디터들의 추천행위가 일반 대중들의 추천행위보다 높은 가중치를 받는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며, 다음 아고라에 어떤 유명인사 (또는 단체)가 글을 적는다면 평소보다 높은 관심을 받고 조회수를 기록하게 된다는 것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물론 블로거뉴스에서도 이전 히스토리를 바탕으로 특정 블로거들의 글이 일반인, 특히 루키 블로거들,의 글보다 높은 관심을 받는다는 것도 경험상으로 알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신평판 사회에서 각 개인의 평판이라는 것이, 이렇듯 글을 적을 때나 추천을 할 때, 또는 심지어 단순히 글을 조회할 때에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친구가 적은 글보기, 친구가 추천한 글 보기, 친구가 읽었던 글 보기... 등등의 소셜네트워킹을 이용한 미디오 배포행위도 일종의 친구라는 친밀감/동질성을 바탕으로 한 평판의 종류가 되고,... 그리고 앞으로 명사가 읽은/추천한 글 (기사) 보기와 같은 서비스도 조만간 등장할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노전대통령이 본 기사들, 스티브잡스가 읽었던 기사들, 교황이 추천한 기사들과 같은 형태의 서비스가 오늘 바로 등장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 역시 조회자/추천자의 유명성이라는 평판에 기댄 서비스가 될 것이다.
분명 인터넷의 등장은 우리에게 익명성과 무한한 자유를 주었지만, 그와 함께 평판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인터넷의 시대는 평판의 시대이다. 평판이라는 것이 때로는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고, 영향력/유명성/신뢰성 등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 평판의 시대에 당신이 어떻게 적응하고 활용하고 가꾸느냐에 따라서 당신의 가치가 더욱 빛날수도, 또는 세상에서 잊혀질 수도 있다. 지속가능한 웹생태계란 그 속에서 숨쉬는 우리들의 평판 역시 지속가능한 형태로 보존해줄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아닐까 생각한다.
"신평판의 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Welcome to Neo-Reputation Era."